사회

 

함께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 사는 나와 너 사이 그와 그들 사이엔

무언가 공통적인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지적인 존재들에게 있어서 가장 쉬운

합의점은 외로움이며,

무지한 존재들에게 가장 절대적인 합의점은

생존이다.

 

 

그래서 외로움이 극복된 지적 존재들은

다시 독립과 자유를 갈구하게 되고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역시 그들은 무지해진다.

the world city 200F oil on canvas 2008

바쁘다.

 

마음이 바쁘거나 몸이 바쁘다.
분명 늘 그 둘 중의 하나이다.

바람도 바쁘고, 모래도 바쁘다.
구름도 바쁘고, 태양도 바쁘다.
신앙도 바쁘고, 비난도 바쁘다.

바쁘다 하는 마음이 나를 더 바쁘게 한다.
그러나 누군가 그렇지 않다 하는 순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쁘다 함'은 제자리에 있으려 하는 긴장인 듯하다.
그것은 관성의 의미에서라기 보다는 구도의 의미에서 그렇다.
'바쁘다 함'은 구도 중에서도 일상의 구도이므로 ‘자연스러움’이라는 아름다움을 갖는다.

그렇다. 모두가 제자리를 찾으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 바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도 늘 바쁜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지독히도 바쁜 나의 자리는
이 곳이 아니면 이곳과 저곳의 사이일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도 바쁨의 한 모양이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바쁨의 한 모양이면
지금 이곳이 내 자리인 셈이므로
난 처음부터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긴장하였던
것이리라. 난 늘 마음이 바쁘거나 몸이 바빴으므로.

다시 말해, '바쁘다 함'은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 가려는
방향에 대한 노력이 아닌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긴장이다.

그래서 멈춤도 움직임도 기다림도 시작도
애씀도 여유도 다 바쁜 상태이다.

'바쁘다 함'은 그렇게 필연적이어서
’자연스러움’이라는 아름다움을 갖는다.



난 바쁘다.
 

Park walk 60P oil on canvas 2007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면 창조의 의도를 볼 수 있다.

낙타- 이 동물은 인간과 함께 지내도록 의도되었다. 

이 동물은 인간의 짐을 지고 

사막이나 거친 평야를 지나도록 되어있다. 

 

인간도 그렇게 의도를 입고 태어났을까?

어떤 이는 다른 이와 함께하며  

그들의 짐을 대신지고  

거친 광야를 지나며 대신 피 흘리도록

되어 있었을까?

 

선택이란 최소한의 역행이다.

신의 의도에 대한 완전한 역행이란

동물과 인간에겐 불가능한 시도이다.

 

표범- 자고 사냥하고 먹이를 먹고

물을 먹고 빈둥거린다.

사냥을 빼면 표범의 삶은

내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소- 덩치 큰 하나의 희생자가 있다면

많은 포획자가 배를 불릴 수 있다. 

 

토끼- 음식은 풍성하다.

그 음식이 도망 다니지만 않는다면...

 

고슴도치- 가시는 나를 위한 것이다.

웃음은 우리를 위한 것이고

행진은 땅을 위한 것이다.

 

 

타조는 달린다.

 

그래. 새 중 몇 종류는 빨리 달릴 법도 하다.

날 수 있는 쥐가 있다면

날지 않고 달리는 새도 어디 있을 법하다.

 

날 수 없는 새는 빨리 달려야 한다.

빨리 달리지 않으려면 날아야 한다.

새는 깃털 달린 공룡이다.
새는 나르는 뱀이며,
축제의상을 입은 악어이고
씹기 싫어하는 도룡뇽이다.

At a zoo 100*100cm oil on canvas 2008

꽃꽂이

 

난 한 번도 신의 선한 의도를 의심해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원망은 스스로 자라나는 꽃과 같습니다.

오늘은 원망이 활짝 피어올라 자신의 잎에

그늘을 드리우고, 다시 시들어 갔습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마음의 흐름은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그래서 꽃밭에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꽃밭에는 꽃이 가득하였습니다.

현기증을 만드는 오후의 강한 햇살에 활짝 피어오른 꽃들은

마침 자신의 잎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해가 지도록 어느 꽃도 시들지 않았습니다.


난 당황하였습니다. 그래서 꽃밭에 뛰어들어

가장 크고 싱싱한 꽃 한 송이를 꺾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그녀를 이미 말라버린 내 원망의 시든 꽃 옆에

꽂아두었습니다.

꽃꽂이 20F oil on canvas 2011

Flower bouquet

 

꽃은 최소한의 표현입니다.

내가 그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꺾을 때 함께 꺾었던

내 일반적 호기심과 동물의 마음을 보셨다면

꽃은 그저 내 사랑의 작은 상징의 부분이었을 뿐임을

아셨을 것입니다. 꽃과 함께 나는 내 마음의 욕심을 꺾고  

꽃과 함께 난 내 아름다움을

그대에게 드렸습니다.

 

사랑은 상징으로 거대해집니다. 

그러나 상징은 오히려 비밀처럼 

본질을 쉽게 위험에 빠뜨립니다.

 

꽃을 드리는 제 마음이 그렇듯 두 갈래이었습니다.

그것은 꽃이 내 마음을 가두어 버리고

제한하여 그대에 대한 내 사랑을 한계 지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래도 모든 것을 죽여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이 꽃처럼

내 마음의 모양과 닮은 선물은 없을 거라는 안도감입니다.

Man with flower bouquet 60F oil on canvas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