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어디로, 무엇을 향하여

이강남 선생님

여기 또 다른 그림이야기가 있다. 지난주 서울숲 전시장의 이성수 화가의 전시회를 찾았다. 전시회 주제가 “어디서, 어디로, 무엇을 향하여”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화살표 조형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 벽면에 설치된 접시 모양의 원형판 위에 화살표 그림과 짧은 글귀들을 담았다. ‘극단이 있어야 中이 있다.’는 그림 글귀를 보고 있으면 '무슨 의미일까?‘ 스스로 묻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사유하고 물음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작품 안에 사람을 확장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다른 화살표 조형작품들도 흥미롭다. 한 작품에서는 화살표가 중심을 향하고 있고 다른 작품에서는 화살표가 밖으로 향하고 있다. 작품 앞에 서있으면 스스로 묻고 싶어진다. ‘나는 밖을 보고 살아왔는지 아니면 내안의 나를 보고 살아 왔는지’ 말이다. 밖을 보고만 사는 사람에게는 ‘내가 좁아지는 삶’을 살지만 내 안의 나를 보고 사는 사람에게는 ‘내가 확장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날 전시작품 중에 ‘골방의 성어거스틴’ 작품이 백미白眉로 다가왔다. 성어거스틴의 내면 세계를 작품화한 것으로 죄를 상징하는 흑색바탕에 작품속 화살표들이 그림의 중심을 향하고 있다. 끊임없이 당신 내면을 보고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회개했던 성인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가득한 숲

전시장에는 작가의 서울숲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캔버스에는 시공의 경계를 넘어 작가의 사랑 안에서 확장되는 서울숲 모습을 담았다. 그림에는 서울숲 바탕 그림 위에 공원에 나온 다양한 사람들 모습과 사슴, 새, 고양이 같은 동물들, 현악기와 피아노의 건반, 그리고 솜사탕과 커피잔 등 다양한 형상들을 환상적으로 담아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서울숲을 자유롭게 형상화한 그림으로 은유적이고 시적이며 때론 음악적이며 영성적이다.

 

문득 그림 앞에서 작업에 몰입하는 작가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작가가 자유롭게 그리고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이요. 또 진정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화가자신을 온전히 표현한 그림 앞에서 사람들은 감동하고 공감하고 치유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림 앞에 서 있으니 세상이 내안에서 사랑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그날 전시장을 나오니 가을비 내리는 서울숲 전경이 어머니 당신 품 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호젓한 호숫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가는 빗줄기에 호수 수면에 그려지는 작은 원형의 파장들이 율동하며 확장하는 형상이 고운 음악선율을 닮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 마음 안에서도 저 율동하며 확장하는 호수 수면의 신선한 파장들이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홀연 전시장의 ‘골방의 성어거스틴’ 작품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 하다. “끊임없이 당신 내면의 중심으로 들어가십시오. 거기서 무한히 확장하는 당신 자신을 날마다 만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