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이성수
Title: 복기
Size: 20F
Medium: oil on canvas
Year: 2021
십자가 모순
십자가가 꺾였다. 누가 꺾었는지 왜 꺾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부러진 십자가가 내 눈 앞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징으로서의 십자가는 아무도 꺾을 수 없다.
상징은 지금 모욕할 수는 있어도 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고 있는 이 십자가는 상징물이다.
상징물은 훼손할 수도 있고, 다시 보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 상징물을 꺾으면 그것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던 이들의 마음엔
큰 반발심이 생긴다.
그리고 이 반발심으로 인해 그들의 마음속의 상징은 오히려 강화된다.
물리적인 십자가가 꺾이는 순간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은 둘로 나뉠 것이다.
안타까워 다시 세우려고 마음이 급한 사람들과
꺾인 십자가를 더 잘게 부숴 사라지게 하려는 사람들로.
나는 지금 ‘꺾인 십자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매우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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