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곡 Prelude 10F oil on canvas 2021
십자가의 탄생설화를 지어보다
목수가 곧게 뻗어 사람을 달기에 적당한 굵은 나무를 물색하는 것에서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나무를 고르고 베어서 작업장으로 옮긴다. 잔가지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기면 이제야 나무는 기둥이 되어 보인다. 굳이 대패질이나 사포질은 하지 않는다. 나무의 아랫부분은 뾰족하게 하고 윗부분은 평평하게 잘라낸다. 나무가 서로를 잡아줄 홈을 파고 나면 준비는 끝난다. 두 나무를 서로 엇대고 철편이나 못으로 고정하고 움직이지 않도록 다시 끈으로 고정한다. 이렇게 목수는 십자가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십자가를 전혀 영화롭게 하지 않는 사건의 구성일 뿐이다. 전해지는 신화는 전혀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위경’에선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선택 받은 한 목수가 어떤 계시를 받고 두개의 기둥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나는 성인 남성 키의 3배로, 하나는 남성 키의 2배로. 일을 마치자 큰 기둥이 꿈틀거리다 반동하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일어섰다. 잠시 후 작은 기둥이 천천히 공중에 높이 뜨더니 다시 천천히 하강하여 마침내 두 개의 기둥이 엇갈려 만나 첫 번째 십자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수는 아무 갈등 없이 그 십자가에 매달려 첫 번째 희생제물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어느 신화처럼 이 이야기도 세부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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