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재 Absence 20F oil on canvas 2021
때때로 우리는 부재를 통해 존재를 더 강렬하게 느낀다.
부재를 통해 깨닫게 되는 강한 존재감은 보편적인 것이다. 석가모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리수나무 아래 그가 수행하던 자리가 바로 석가모니의 존재를 소환하는 부재의 현장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 의자는 살아 계실 때 이상으로 아버지의 존재와 사랑을 사무치게 기억하게 하는 ‘비어있음’이다. 예수의 빈 무덤 역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예수의 존재를 가장 강력한 웅변으로 외친다. “예수는 살아있다. 예수는 내 마음과 기억에 살아있다.”
부재는 존재를 소환한다. 그리고 부재는 존재를 강화한다.
이렇게 때때로 존재는 사라질 때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든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예수의 부재는 성령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요한복음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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