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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Soungsoo Lee

물들다(예수가 인류를 사로잡은 방법_아이러니)



물들다 Dyed 10F oil on canvas 2021

     

     

물들다(예수가 인류를 사로잡은 방법_아이러니)


십자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묵상하고 있는 지금 난 예수에 침잠沈潛되어있다. 예수의 십자가형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며, 생각하고 묵상할 때마다 새로운 해석을 주는 이유는 역시 그 아이러니 때문이다. 반전이 있는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머리 속이 그 아이러니에 가득 사로잡혀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십자가형은 상반된 여러 가지 요소가 서로를 공격하고 다시 균형을 이루는 역동적 구조로 되어 구도자를 사로잡는다.


자발성 대 타율성, 희생 대 처벌, 죄 vs. 순결함, 폭력 대 용서, 신성 대 동물성, 피 vs. 땀, 동정(同情) 대 숭배, 절망 대 구원, 죽음 대 부활, 다시 죽음 대 버텨냄, 슬픔 대 조롱, 약속 대 성취, 약속 대 배반, 공공의 장소 대 내면의 목소리, 하늘 대 땅, 신 대 인간, 지옥 대 천국, 영광 대 수치, 빛 대 어두움, 높음 대 낮음, 왕위 대 가시 면류관, 그리고 그것을 집행하던 군인(군인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초월성 대 구태의연함, 농담 대 진실, 모성 대 사모(思母), 인정 대 부정, 원망 대 감사,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 마침내의 해소(解消)


그 모든 모순들과 함께 십자가 위의 예수는 그를 알게 된 인류의 머릿속에 영원히 맴돌고 회자되며 구원의 목소리로 의식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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